모바일 환경에서 저의 대략적인 업무는 주로 시퀸싱이고, 종종 공연도 해야 하고, 드물게 데모 용도의 기타 레코딩, 가이드 보컬 레코딩까지 소화해내야하는 터라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에 대한 저의 기대치는 비교적 높은 편이였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제일 중요한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음질이나 기능보다도 안정성을 꼽고 싶습니다. 제가 원하는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는 노트북과 연결하면 바로 인식하고 바로 소리가 나야하고 주위 환경에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로 안정적으로 동작해야 합니다.

몇 년 전부터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이 대거 출시되었으므로 제품 선택의 폭이 넓을 것 같았지만, 막상 제품들을 구입하고 장시간 실무 선상에서 사용해보니 제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IBM노트북과 Firewire 방식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환경에서 불안정하게 동작합니다. 예컨데, 공연장이나 심지어 합주실에서는 IBM노트북이 Firewire 방식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 많은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 중에서 Firewire 방식은 IBM노트북 사용자인 저에게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차선으로 PCMCIA, USB1, USB2 방식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가 있는데,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IBM노트북은 PCMCIA 방식을 지원하지 않으니 결국 USB1, USB2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로 선택의 폭을 좁혀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공연을 하는 경우엔 아웃풋 음량이 어느 수준 이상 확보되어야 하고, 스테레오 아웃풋 2개 이상이 지원되는 경우엔 공연시 여러 모로 활용도가 높아지더군요. 

이런 이유로 제가 지난 1년 동안 고민하고 선택하고 사용했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는 어림 잡아도 10여종이 훌쩍 넘는데, 그 장단점들을 하나하나 열거하기엔 너무 벅찬 일이니 그 중 인기 있는 몇 가지 제품의 장단점만 놓고 AUDIO KONTROL 1과 비교해보겠습니다.

       <지난 1년 간 사용했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와 부속품들입니다>

1. 안정성

-  3줄 요약
초기 출시된 USB1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과 달리 근래 출시된 USB2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AUDIO KONTROL 1은 특히 안정적인 드라이버가 인상적이며, IBM노트북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단기간 단순한 작업만 해보고는 제품의 안정성을 얘기하기 부족하고, 다양한 환경에서 장기간 복잡한 작업을 해보고나서야 비로소 안정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는데, AUDIO KONTROL 1을 지난 3주 동안 데스크탑 2대, 노트북 2대에 연결해서 시퀸싱, 녹음, 합주 작업에 사용해보았으므로 이 정도면 나름대로 거칠게 사용한 셈이죠?

가상악기를 여러 트랙 사용한 시퀸싱 파일들을 여러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로 Play & Record 해보면 Edirol사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 제품군이 동일한 환경에서 제일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고, 나머지 회사 제품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했습니다. USB1보다 USB2 방식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이 조금 더 안정적이더군요.

m-audio사의 Fast Track USB나 Fast Track Pro 보다는 AUDIO KONTROL 1이 체감상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Novation사의 X-Station 25 이나 Line6사의 Toneport UX1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안정적인 드라이버, 깔끔한 제품마감 및 패키지 등이 인상적이였습니다.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을 장기간 사용하다보면 USB, Firewire 방식에 상관 없이 순간적으로 인식이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지난 3주 동안 AUDIO KONTROL 1은 그런 경우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무척 만족해하고 있답니다.

다만 가끔씩 윈도우가 제대로 종료되지 않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AUDIO KONTROL 1의 USB 케이블을 뽑으면 바로 윈도우가 종료됩니다. 아마 다음 번 드라이버 업그레이드에서는 이런 버그도 패치되겠죠.

2. 기능성

- 3줄 요약
모바일 환경에서 딱 필요한 정도의 기능만 탑재했고,
하드웨어의 설계나 조작성도 좋으나,
부피에 비해 무게가 좀 나가는 게 흠이라면 흠.  
                

                                          < AUDIO KONTROL 1 전면부 >

AUDIO KONTROL 1은 아웃풋 볼륨들, 헤드폰 볼륨과 소스별 볼륨, 마이크볼륨, 라인볼륨, 모니터볼륨과 모니터출력아웃풋 선택 등을 전면에 위치한 노브와 버튼만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M-audio사나 Terrateac사 같이 소프트웨어의 콘트롤판넬에서 버스입출력을 제어하게끔 설계된 제품군들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Edirol사 제품군이나 AUDIO KONTROL 1 처럼 하드웨어에서 대부분의 설정을 조작할 수 있는 하드웨어 중심의 설계를 더 선호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AUDIO KONTROL 1이 부피는 작으나 전후면, 배후면이 두꺼운 철제라서 무게가 좀 나가는 점이 신경 쓰이네요. M-audio사는 최근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 제품군에서 전격적으로 부피와 무게를 확 줄였는데 Native Instruments사도 철제를 사용하지 않고 무게를 줄여서, 제작단가를 줄이는 쪽이 어땠을까 싶네요. 상판에 있는 노브와 3 버튼 때문에 동작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철제를 사용한 건가 하고 생각해봤는데 노브와 버튼이 없는 상위 기종인 Audio 8 DJ에서도 동일한 철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제품 디자인 컨셉트가 원체 그러했나 봅니다. 

마이크 입력은 모노 마이크 인풋 1개를 지원하고, 악기용 라인입력으로 모노 라인 인풋 1개를 지원하는데, 이는 모바일 작업환경에서의 최소 요구사항을 수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인풋 갯수가 동급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에 비해 적긴 한데, 제 경우에는 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적당한 갯수의 인풋이여서 오히려 만족스러웠습니다.

예컨데, 평상시 시퀸싱할 때는 노트북의 내장오디오카드 아웃풋을 스테레오 라인 인풋에 연결하면 되고, 가이드 보컬 녹음시에는 XLR로 모노 마이크 인풋으로 마이크 게인을 올려서 수음 받고, 기타나 베이스 역시 모노 라인 인풋에 연결해서 임피던스 매칭된 녹음이 가능하고, 공연시에는 건반의 아웃풋을 스테레오 라인 인풋에 연결하면 되니까, 이래 저래 다양한 저의 요구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Behringer나 Tascam사처럼 필요 이상으로 많은 기능을 담아서 잦은 동작오류를 내는 제품설계보다는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지원하는 단순한 제품설계가 제품의 안정성으로 보장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가격대에서 스테레오 아웃풋 2개 이상인 USB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가 몇 안되는데, AUDIO KONTROL 1은 스테레오 아웃풋 2개를 전면부의 노브와 버튼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UDIO KONTROL 1 특유의 상단 노브와 3 버튼들은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자유롭게 할당 가능한데 ,실제 업무에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고민고민하다가 Reason 3의 Transport 메뉴 쪽에 할당해보니 흥미롭긴 했지만, 그다지 유용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Native Instruments사 홈페이지에서 설명한 노브 사용예에 따르면 DJ의 경우엔 Traktor의 트랙별 볼륨을 제어할 때 노브를 사용해보라고 권유하고 기타리스트의 경우 Guitar Combos의 프리셋을 바꿀 때 노브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취향에 맞게 프로그램에 노브와 버튼들을 비교적 쉽게 할당할 수 있으니까 이 노브와 3 버튼들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는 사용자들의 몫으로 남겠군요.

 3. 음질

- 3줄 요약
  인풋 음질은 동급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 중에서 중상위급에 속하고,
  아웃풋 음질도 중상위급이며 음량도 중상위급에 속한다.
  아웃풋 음량은 동급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들 보다 약간 큰 편이다.

음질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견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서 객관적이고 확정적인 언급은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그동안 사용해본 다른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와 비교해보면 그나마 얘기하기 좀 수월해지겠네요.

동급의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 중에서는 Focusrite의 Saffire의 인풋 음질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AUDIO KONTROL 1은 그 보다 한두 단계 밑인 것 같습니다. 반면, M-audio사의 Fast Track USB에 비하면 두 단계 정도 위인 것 같고, M-audio사 Firewire410나 Fast Track Pro에 비하면 한 단계 정도 위인 것 같습니다. tc.electronic사의 Konnekt 24D이나 Terrateac Phase X24 FW와 비슷비슷한 수준이라고 느꼈습니다.

아웃풋 음질은 tc.electronic사의 Konnekt 24D, Focusrite의 Saffire, 이 두 제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AUDIO KONTROL 1은 그 보다 두 단계는 밑인 것 같습니다.

공연을 해야하는 제 입장에서 아웃풋 음량도 중요한 요소인데, 예를 들어, Firewire 410이나 Edirol PCR-1은 아웃풋 음량이 적어서, 공연시 소형믹서로 게인을 보상해줘야 했습니다. AUDIO KONTROL 1의 아웃풋 음량은 다른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에 비해 약간 큰 편이고, 출력단자가 모두 55짹, TRS라서 공연시 메인 콘솔과 연결할 때도 편리했습니다. M-audio사나 Edirol사의 제품군은 아웃풋에 RCA단자를 쓰기도 해서 공연이나 합주시 항상 RCA->TRS 젠더를 챙겨야 했거든요.

이상 AUDIO KONTROL 1의 음질 비교에 대한 소견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저 나름대로 평균 2주 이상은 거칠게 사용해본 장비들끼리의 비교이긴 하지만 이런 비교기가 늘상 그러하듯, 블라인드테스트를 한다 치면, 솔직히 말해 제가 위에서 비교한 것과 똑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런지 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답니다.

4. 번들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회사답게 번들프로그램들이 뛰어나긴 한데 현재 제공되는 Cubase 4 LE나 Trackor3 LE, Guitar Combos는 다른 회사의 장비들에서도 유사한 번들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점이라 볼 수는 없겠고, 자사의 기술력이 압축된 가상악기 Express Keyboard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긴하지만, 초기물량에서 제공했던 Keyboard Collection이 사용자 입장에서 훨씬 더 유용했을 것 같습니다.

Express Keyboard는 Kontakt 기반의 가상악기인데 Kontakt 2을 구입하면 번들로 따라오는 9G 용량의 샘플 음원에 훨씬 못 미치는 품질이라서 차라리 Pro53, FM7, B4의 축약판인 Express Keyboard가 더 구매자들의 입맛에 맞는 번들프로그램이 아닐까 싶군요.

어쨌든 Kore1 무상업데이트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이나 한국시장에 대한 신속한(의외로) 대응 등 Native Instruments사의 최근 행보로 미뤄보아 앞으로 하드웨어 제품에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거나 소프트웨어에 하드웨어 제품을 끼워 파는 형태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은 것 같은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환영이고요, 아마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네요. 

5. 끝마치며

개인적으로 Native Instruments사의 소프트웨어 가상악기들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고, 특히, Kontakt2, Battery2, B4 2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기분 좋게 애용하고 있습니다만, Native Instruments사의 하드웨어들은 KORE 1을 필두로 제품의 용도가 불분명하고 또 뒤늦게 하드웨어 시장에 진출한 터라 사용자수가 적어서 Native Instruments사의 하드웨어 제품에 대해 그다지 매력을 못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AUDIO KONTROL 1을 사용해보니 앞으로 짧은 시간 내에 하드웨어 시장에서 Native Instruments사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짐작이 가는군요.

아마도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선발주자들의 제품들을 제대로 벤치마킹한 결과인 듯 합니다. Behringer나 M-audio, Mackie사 제품 메뉴얼을 보면 항상 디제이를 위한 셋업을 빼놓지 않고 설명하고 있는데 Native Instruments사 역시 그런 부분에서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동급의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고, 단기간 내에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 하드웨어 시장이 과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개인적으론 내다보고 있습니다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거머쥐고 있다는 점이 Native Instruments사의 강점이 아닐까 싶고, 후발주자로 이 시장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어쨌든, 저는 제 작업환경에 제일 잘 맞는 모바일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찾아 1년2개월 간 헤맨 끝에 최종적으로 AUDIO KONTROL 1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Audio Kontrol 1으로 녹음한 노래 한 곡 올립니다. 보컬과 어쿠스틱기타를 AUDIO KONTROL 1을 통해 녹음받았습니다.
Aquibird - Whose Dream.mp3 [바로 재생]